태극이란 무엇인가 (한장경 저 역학원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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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太極)이란 무엇인가

 

태극(太極)이라는 말은 역학(易學)에서 나온 것이니, 역(易)에 「易有太極 是生兩儀 = 역(易)에 태극(太極)이 있으니 이가 양의(兩儀)를 생(生)한다」【註四】하니, 양의(兩儀)는 곧 음양(陰陽)의 대대(對待)를 말함이라, 고래(古來)로 태극(太極)에 대(對)하여 음양(陰陽)의 통일체(統一體)라고 하는 말이 있으나, 역학(易學)에 극(極)이라 함은 궁극(窮極)․극치(極致) 등(等)의 뜻을 표현(表現)할 뿐이오 통일체(統一體)의 뜻으로 쓴 일이 없으며, 또 태극(太極)이 양의(兩儀)를 생(生)한다 함은 이미 형성(形成)된 통일체(統一體)를 말함이 아니라, 능동(能動)하는 일중심(一中心)에서 고무(鼓舞)하는 운동(運動)이 일어나서 음양(陰陽) 양물(兩物)을 생(生)함을 말함이다. 역학(易學)과 깊은 관련(關聯)을 가지고 있는 홍범(洪範)에는 그 구궁도(九宮圖)에 【註五】一 二 三 四 五 六 七 八 九까지의 자연수(自然數)의 중수(中數)인 「五」를 중궁(中宮)에 배(配)하고 그것을 황극(皇極)에 의(擬)하니, 이는 물(物)의 중심(中心)이 되는 양성(陽性)의 최중심점(最中心點)이 극(極)으로 됨을 말함이다. 그러므로 태극(太極)이라 함은 물(物)의 중심(中心)에 위(位)하여 양성(陽性)을 띠고 능동(能動)하는 고무작용(鼓舞作用)의 일극치점(一極致點)을 말함이오, 그 극치점(極致點)에서 부단(不斷)한 고무작용(鼓舞作用)이 행(行)하여 음(陰)과 양(陽)의 양작용(兩作用)을 생(生)하는 것이다. 역(易)에「復其見 天地之心乎 = 복(復)에 그 천지(天地)의 심(心)을 견(見)할진저」【註六】한바, 복(復)이라 함은 동지(冬至)에 일양(一陽)이 내복(來復)함을 상(象)함이오, 천지(天地)의 심(心)이라 함은 물(物)을 생생(生生)하는 천지(天地)의 중심작용(中心作用)을 상(象)함이라, 동지(冬至)의 일양(一陽)은 양기발동(陽氣發動)의 추기(樞機)이오, 조화류행(造化流行)의 시단(始端)이므로 역(易)에는 이를 천지(天地)의 심(心)에 의(擬)한 것이며, 서화담(徐花潭)은 이 천지(天地)의 심(心)을 태극(太極)에 의(擬)하고, 또 말하되 「萬化之所自 萬殊之所本 此陰陽大頭顯處 = 만화(萬化)의 자(自)하는 바이오 만수(萬殊)의 본(本)하는 바이니, 이는 음양(陰陽)의 대두현처(大頭顯處)이라」【註七】하여, 일양(一陽)이 시생(始生)하는 동지(冬至)는 만만(萬萬)의 변화(變化)와 만만(萬萬)의 품물(品物)이 모두 여기로부터 나오고, 모두 여기에 근본(根本)하니 이는 음양(陰陽)이 제회(際會)하는 머리 꼭대기라고 함은, 이 꼭대기가 곧 태극(太極)이라는 뜻을 말함이다. 그러므로 태극(太極)과 천지(天地)의 심(心)은 동일(同一)한 뜻을 양면(兩面)으로 표현(表現)한 것이다.

그러나 천지(天地)의 심(心)은 동지일(冬至日)에만 있는 것이 아님으로 서화담(徐花潭)은 말하되 「三百六十之運 二十四氣之分 無非至日之流行者 = 삼백육십(三百六十)의 운(運)과 이십사기(二十四氣)의 분(分)이 지일(至日)의 유행(流行)하는 자(者)가 아님이 없다」【註同上】고 한 것이다.

다만 태극(太極)의 운행(運行)하는 작용(作用)에는 때를 따라서 차이(差異)가 없지 아니하니, 동지일(冬至日)은 일양(一陽)이 시생(始生)하여 만물생장(萬物生長)의 시단(始端)이 된다고 하면, 하지일(夏至日)은 일음(一陰)이 시생(始生)하여 만물성숙(萬物成熟)의 시단(始端)이 되는 것이니, 하지(夏至)는 용(用)이 체(體)로 변(辨)하는 일대(一大) 변혁기(變革期)이다. 그러므로 태극(太極)이 능동작용(能動作用)을 행(行)하기 위(爲)하여 양성(陽性)의 일극치점(一極致點)에 위거(位居)하는 중심위(中心位)에는 변화(變化)가 없으나, 동지후(冬至後)는 음(陰)이 체(體)가 되고 양(陽)이 용(用)이 됨으로 태극(太極)은 양(陽)을 사역(使役)하여 용사(用事)하고 음(陰)과는 상교(相交)치 못하며, 하지후(夏至後)에는 양(陽)이 체(體)가 되고 음(陰)이 용(用)이 됨으로 태극(太極)은 양성(陽性)의 지(地)에 위거(位居)하고 음(陰)을 사역(使役)하여 용사(用事)하니, 이는 태극(太極)을 중심(中心)으로 하여 음양(陰陽)이 상우(相遇)함이다. 역(易)에 「姤遇也 柔遇剛也 天地相遇 萬物咸章也 = 구(姤)는 우(遇)함이니 유(柔)가 강(剛)을 우(遇)함이라 천지(天地)가 상우(相遇)하여 만물(萬物)이 모두 빛난다」【註八】하고, 또 「后以 施命誥四方 = 후(后)가 이(以)하여 명(命)을 시(施)하여 사방(四方)에 고(誥)한다」【註同上】하니, 이는 격부(隔否)하던 음(陰)과 양(陽)이 하지(夏至) 기운(氣運)을 당(當)하여 서로 제우(際遇)하고 음성(陰性)인 여후(女后)가 비로소 용사(用事)하여 시고(施誥)의 정사(政事)를 행(行)함을 말함이다.

사회(社會)에 있어서는 행정부(行政府)가 정치(政治)의 중심(中心)이 되고, 행정부(行政府)의 일극치점(一極致點)에 있는 국가원수(國家元首)는 태극(太極)의 위(位)이오, 입법부(立法府)와 행정부(行政府)는 양의(兩儀)이다. 그러므로 원수(元首)는 행정부(行政府)의 수령(首領)인 동시(同時)에 또한 일국(一國)의 수령(首領)으로서 일국민(一國民)이 추대(推戴)하고 일국민심(一國民心)이 귀향(歸向)하는 최고(最高)의 지위(地位)이다. 또 태극(太極)은 음양(陰陽)이 제회(際會)하는 곳에서 양성(陽性)의 일극치점(一極致點)에 위(位)하여 천지(天地)의 중심(中心)이 되어 음양(陰陽)을 통어(統御)하고 있으므로 원수(元首)는 국가(國家)의 최고지도(最高指導) 원리(原理)의 상징(象徵)으로서 입법부(立法府)와 행정부(行政府)를 아울러 통어(統御)하는데, 입법부(立法府)는 원수(元首)의 지도원리(指導原理)에 의(依)하여 법률(法律)을 제정(制定)하고, 행정부(行政府)는 그 제정(制定)한 법률(法律)에 의(依)하여 정치(政治)를 행(行)하는 것이 천지(天地)의 생존법칙(生存法則)에 합(合)하는 것이다. 만일 소위(所謂) 정당정치(政黨政治)라 하여 원수(元首)에게는 아무 실권(實權)이 없고 오직 입법부원(立法府員)의 두수(頭數)에 의(依)하여 정권(政權)이 수수(授受)된다고 하면, 이는 원수(元首)의 행권(行權)이 없고 오직 태극(太極)의 허위(虛位)를 옹유(擁有)할 뿐이며, 더욱이 원수(元首)에게 행권(行權)이 없다고 하면 이는 일국민(一國民)이 추대(推戴)한 최고인물(最高人物)을 무용(無用)의 지위(地位)에 폐치(廢置)하는 것으로서 사회(社會)의 생존원리(生存原理)에 어그러지는 것이다. 또 원수(元首)가 어느 일편당(一偏黨)에 가담(加擔)한다고 하면 이는 일국(一國)을 통어(統御)하는 본지(本旨)에 합(合)치 아니할 뿐만 아니라 반대당(反對黨)으로부터 발사(發射)하는 정쟁(政爭)의 시(矢)는 자연(自然)히 원수(元首)에게로 향(向)하게 되어 원수(元首)의 존엄성(尊嚴性)에 영향(影響)됨이 적지 아니하니, 이는 태극(太極)의 행권(行權)은 있으나 그 존위(尊位)가 훼상(毁傷)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원수(元首)는 일국(一國)의 중심(中心)이 되어 사(私)치 아니하고 편(偏)치 아니하고 일국(一國)의 이(耳)로써 이(耳)를 삼고 일국(一國)의 목(目)으로써 목(目)을 삼고 일국(一國)의 구(口)로써 구(口)를 삼고 일국(一國)의 심(心)으로써 심(心)을 삼을 것이니, 이러한 연후(然後)에, 역(易)에 「聖人之大寶曰位 = 성인(聖人)의 대보(大寶)는 가로되 위(位)라」【註九】함과 같이 원수(元首)의 위(位)는 명실(名實)이 상부(相符)한 성인(聖人)의 보위(寶位)가 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원수(元首)에게 과오(過誤)가 있어 민의(民意)에 반(反)하는 일이 있는 때는, 사법부(司法府)가 대지(大地)의 위성적(衛星的) 임무(任務)를 가지고 이를 시정(是正)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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