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지진(漸之進)의 이(理)
물(物)이 췌취(萃聚)하는 자(者)는 생장(生長)이 되고 분산(分散)하는 자(者)는 소멸(消滅)이 되나니, 모든 생물(生物)이 정(精)과 기(氣)가 취합(聚合)하면 생(生)이 되고 그것이 서로 유리(遊離)하면 사(死)가 되며 사회(社會)도 민중(民衆)의 개체(個體)가 췌취(萃聚)하여 통체(統體)를 구성(構成)한 것이므로 민심(民心)이 췌취(萃聚)하는 사회(社會)는 생발(生發)의 기(氣)가 약동(躍動)하여 흥왕(興旺)하고 민심(民心)이 이산(離散)하는 사회(社會)는 생기(生氣)가 소침(銷沈)하여 쇠약(衰弱)하며, 단체(團體)같은 것도 구성원(構成員)의 인심(人心)이 취합(聚合)하면 조직(組織)이 강고(强固)하고 인심(人心)이 분산(分散)하면 스스로 해체(解體)가 되는 것이니, 지금에 흔히 쓰는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속어(俗語)도 또한 이 췌취(萃聚)의 이(理)에서 나온 것이다. 그런데 물(物)이 췌취(萃聚)하여 성장(成長)함에는「점지진(漸之進)」【註五】의 이(理)가 있으니 점지진(漸之進)이라 함은 물(物)의 성장(成長)이 점(漸)을 따라서 승진(升進)한다 함이라, 역(易)에 「聚而上者 謂之升 = 취(聚)하여 상(上)하는 자(者)를 승(升)이라 이른다」하고, 또『地中生木升 君子以 積小而高大 = 지중(地中)에 목(木)이 생(生)함이 승(升)이니 군자(君子)가 써 하여 소(小)를 적(積)하여 써 고대(高大)한다」【註六】하니, 이는 물(物)이 췌취(萃聚)하여 생장(生長) 상승(上升)함은 지중(地中)에서 수목(樹木)이 생(生)하여 점승(漸升)하는 상(象)과 같은데, 승(升)은 일조일석(一朝一夕)에 되는 것이 아니오 반드시 점(漸)을 따라서 상진(上進)하는 것이니, 사람이 사업(事業)을 행(行)함에는 이 상(象)을 본받아서 소(小)를 취적(聚積)하여 점차(漸次) 고대(高大)로 승진(升進)하여야 함을 말함이다. 그러므로 물(物)의 생장(生長)은 자체(自體)의 능동력(能動力)으로 써 일정(一定)한 순서(順序)와 시간(時間)을 경과(經過)하여 점진(漸進)치 아니하면 안되고, 비록 동식물(動植物) 같은 것을 속성양육법(速成養育法)으로 써 그 생장기간(生長期間)을 다소(多少) 단축(短縮)할 수는 있으되, 역시(亦是) 점진(漸進)하여 어느 기간(期間)을 경과(經過)치 아니하면 안되고, 사람의 사업(事業)이나 사회(社會)의 건설(建設)같은 것도 반드시 점(漸)을 따라서 췌취(萃聚)치 아니하면 안된다. 그러나 물(物)의 소산(消散)함은 능동력(能動力)을 상실(喪失)하고 수동(受動)의 지위(地位)에 입(立)하는 것이므로, 비록 성장(成長)하는 능동과정(能動過程)에 있다 하더라도 혹시(或是) 강대(强大)한 외력(外力)의 침해(侵害)를 받는 때는 곧 수동(受動)으로 변(變)하여 저항력(抵抗力)을 상실(喪失)하고 장세월간(長歲月間)의 생장(生長)한 사공(事功)이 일조(一朝)에 소진(消盡)하는 일이 있는 것이니, 이가 소(小)하기는 일신일가(一身一家)로 부터 대(大)하기는 일국가(一國家)에 이르기까지 건설(建設)되기는 어렵고 파괴(破壞)되기는 쉬운 소이(所以)이다.
더욱이 본능(本能)에는 제한(際限)이 없는지라, 사람이 체력(體力)을 더 증강(增强)하고 지식(知識)을 더 습득(習得)하고 재화(財貨)을 더 축적(蓄積)하고 지위(地位)를 더 향상(向上)하려 하는 등(等)의 췌취작용(萃聚作用)에는 항상(恒常) 분산작용(分散作用)이 수반(隨伴)하고 있으므로 일면(一面)으로는 그 분산(分散)되는 부면(部面)을 보급(補給)하고 일면(一面)으로는 점진적(漸進的)으로 새로운 성장확대(成長擴大)를 도모(圖謀)치 아니하면 안되나니, 이 까닭에 삼본능(三本能) 중(中)에 췌취작용(萃聚作用)이 가장 간험(艱險)과 위난(危難)이 많고 또 가장 다대(多大)한 노력(努力)을 요(要)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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