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은 모두 반생 (한장경저 역핟원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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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四節 반역(反易)

‣만물(萬物)은 모두 반생(反生)

 

만물(萬物)의 생존작용(生存作用)은 체(體)의 속으로부터 용(用)이 발동(發動)하는 때에 반드시 체(體)와 반생(反生)하는데, 반생(反生)을 또한 역생(逆生)․도생(倒生)이라 하나니, 이 반생(反生)․역생(逆生)․도생(倒生)이 곧 반역형태(反易形態)이다. 반생(反生)의 상(象)은 사시(四時)의 변화형태(變化形態)에 나타나고 있으니, 사시중(四時中) 가장 큰 변화(變化)는 춘(春)의 해(解)와 추(秋)의 혁(革)이라, 해(解)라 함은 해괘(解卦)의 상(象)과 같이 천시(天時)가 동(冬)으로부터 춘(春)에 추이(推移)하고 천기(天氣)가 북(北)으로부터 동(東)에 유행(流行)하여 빙설(氷雪)이 해(解)하고 뇌우(雷雨)가 작(作)하고 백과초목(百果草木)이 모두 갑탁(甲坼)하는 것이며, 혁(革)이라 함은 혁괘(革卦)의 상(象)과 같이 천시(天時)가 하(夏)로부터 추(秋)에 추이(推移)하고 천기(天氣)가 남(南)으로부터 서(西)에 유행(流行)하여 백곡(百穀)이 결실(結實)하고 조수(鳥獸)의 우모(羽毛)가 탈락(脫落)하여 희혁(稀革)하는 것이다 【註一】춘(春)의 해(解)가 있으므로 써 엄혹(嚴酷)한 한기(寒氣)가 해소(解消)하여 만물(萬物)이 발육(發育)하고, 추(秋)의 혁(革)이 있으므로 써 태완(怠緩)한 서기(暑氣)가 응수(凝收)하여 만물(萬物)이 성숙(成熟)하나니, 그러므로 역(易)에는 「解之時 大矣哉 = 해(解)의 시(時)가 대(大)하다」【註二】하고, 또 「革之時 大矣哉 = 혁(革)의 시(時)가 대(大)하다」【註三】한 것이다. 초목(草木)의 변화(變化)의 상(象)으로 써 보면 동(冬)에 초목(草木)의 폐장(閉藏)이 극(極)하여 궁(窮)에 이르므로 그 자체(自體)의 속에서 신아(新芽)가 구각(舊殼)을 깨트리고 출생(出生)하나니 이가 곧 해(解)이오, 하(夏)에 초목(草木)의 생장(生長)이 극(極)하여 궁(窮)에 이르므로 초목자체(草木自體)가 용(用)이 체(體)로 전화(轉化)하여 수렴작용(收斂作用)을 행(行)하나니 이가 곧 혁(革)이다. 사회(社會)에 있어서는 해(解)는 해방(解放)이오 혁(革)은 혁명(革命)이라, 해(解)는 엄동(嚴冬)의 빙결(氷結)을 해(解)하는 것이므로 가혹(苛酷)한 정치(政治)를 변통(變通)함은 해방(解放)이 되고, 혁(革)은 염하(炎夏)의 태완(怠緩)을 혁(革)하는 것이므로 부패(腐敗)한 정치(政治)를 변통(變通)함은 혁명(革命)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 해(解)와 혁(革)은 양(陽)과 음(陰)의 반생(反生)에 의(依)하여 행(行)하여지는 것이다. 십일월(十一月) 동지(冬至)에 태양(太陽)의 위(位)가 남지(南至)에 극(極)하고 다시 북(北)으로 반전(反轉)하여 일양(一陽)이 하(下)에서 생(生)하고 춘분(春分)에 이르러 춘난(春暖)을 생(生)하여 해(解)가 되며, 오월(五月) 하지(夏至)에 태양(太陽)의 위(位)가 북지(北至)에 극(極)하고 다시 남(南)으로 반전(反轉)하여 일음(一陰)이 하(下)에서 생(生)하고 추분(秋分)에 이르러 추냉(秋冷)을 생(生)하여 혁(革)이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동지(冬至)는 춘(春)의 해(解)를 생(生)하는 양(陽)의 반생(反生)이오, 하지(夏至)는 추(秋)의 혁(革)을 생(生)하는 음(陰)의 반생(反生)이라, 만일 양(陽)의 반생(反生)이 없으면 춘(春)의 해(解)가 있을 수 없어 소한(小寒)․대한(大寒)이 그대로 계속(繼續)될 것이오, 또 음(陰)의 반생(反生)이 없으면 추(秋)의 혁(革)이 있을 수 없어 소서(小暑)․대서(大暑)가 그대로 연장(延長)될 것이니, 이 까닭에 역(易)에는 음양(陰陽)의 반전기(反轉期)에 대(對)하여 동지(冬至) 직전(直前)을 상(象)하여 이괘(頤卦)라 하고「頤之時 大矣哉 = 이(頤)의 시(時)가 대(大)하다」【註四】하며, 하지(夏至) 직전(直前)을 상(象)하여 대과괘(大過卦)라 하고, 「大過之時 大矣哉 = 대과(大過)의 시(時)가 대(大)하다」【註五】하니, 이로써 춘분(春分) 추분(秋分)과 동지(冬至) 하지(夏至)의 이분이지(二分二至)는 일년중(一年中)의 사대시(四大時)가 되는 것이다.

역(易)에는 그 서괘(序卦)를 정(定)함에 육십사괘중(六十四卦中)에 오직 반역(反易)이 없는 팔괘(八卦)를 제(除)하고 【註六】나머지 오십육괘(五十六卦)는 모두 반역(反易)을 취(取)하며, 일양(一陽)이 하(下)에서 발동(發動)하여 반생(反生)하는 상(象)을 화곡종자(禾穀種子)의 맹생(萌生)에 의(擬)하여 「其於稼也 爲反生 = 그 가(稼)에 반생(反生)이 된다」【註七】하니, 이는 화곡(禾穀)의 종자(種子)가 신아(新芽)를 발생(發生)하여 대지(大地)를 역행(逆行)하여 지상(地上)에 출생(出生)함을 반생(反生)이라 한 것이다. 이퇴계(李退溪)는 필담(筆談)을 인용(引用)하여 말하되「物之處胎中 莫不反生 自下而生者 卦之序 而冥合造化 胎育之理 此至理合自然者也 凡草木百穀之實 皆反生 首係于幹 其上抵于穎處 反是根 人與禽獸生胎 亦首皆在下 = 물(物)이 태중(胎中)에 처(處)하매 반생(反生)치 아니함이 없다. 하(下)로부터 생(生)하는 자(者)는 괘(卦)의 서(序)인데 조화태육(造化胎育)의 이(理)에 명합(冥合)하니, 이는 지리(至理)가 자연(自然)에 합(合)하는 자(者)이다. 무릇 초목백곡(草木百穀)의 실(實)이 모두 반생(反生)하여 수(首)가 간(幹)에 계(係)하고 그 상(上)으로 영(穎)에 저(抵)한 처(處)가 도리어 이 근(根)이라, 사람과 금수(禽獸)의 생태(生胎)도 또한 수(首)가 모두 하(下)에 재(在)하다」【註八】하니, 만물(萬物)이 신생(新生)하는 자(者)는 모두 모체(母體)와 역행(逆行)하여, 과실(果實)도 그 장생(將生)할 근(根)이 모수(母樹)의 근(根)과는 반대방향(反對方向)으로 있고, 사람이나 조수(鳥獸)의 수(首)도 태중(胎中)에 있을 때에 모체(母體)의 수(首)와는 역행(逆行)되어 있고 괘(卦)의 효(爻)도 초효(初爻)로부터 상승(上升)함은 반생(反生)의 이(理)에 의(依)함이라 함을 말함이다. 소강절(邵康節)은 말하되 「自下而生 謂之升 自上而下 謂之降 升者生也 降者消也 故陽生于下 陰生于上 是以萬物皆反生 = 하(下)로부터 상(上)함을 승(升)이라 하고 상(上)으로부터 하(下)함을 강(降)이라 하나니, 승(升)은 생(生)함이오 강(降)은 소(消)함이라, 양(陽)은 하(下)에서 생(生)하고 음(陰)은 상(上)에서 생(生)하니 시이(是以)로 만물(萬物)이 모두 반생(反生)한다」【註九】하니, 이는 신생(新生)하는 양(陽)은 점차(漸次)로 성장확대(成長擴大)함으로 승(升)이 되고 노쇠(老衰)하는 음(陰)은 점차(漸次)로 축소(縮少) 소멸(消滅)함으로 강(降)이 되는데, 상승(上升)과 하강(下降)은 곧 반생(反生)이므로 만물(萬物)의 신생(新生)하는 자(者)는 모두 반생(反生)이 된다 함을 말함이다. 그러므로 세간(世間)의 만사만물(萬事萬物)은 그 구태(舊態)를 개혁(改革)하여 신사물(新事物)을 생(生)하는 자(者)는 구체(舊體)와 반생(反生)치 아니하는 것이 없으니, 이는 그 개혁(改革)한다 함이 이미 구체(舊體)와는 상반(相反)하는 진로(進路)를 취(取)하는 까닭이다.

반생(反生)이라 함은 현상(現狀) 또는 현실(現實)과 역행(逆行)함이라, 그러므로 이미 정(定)하여 있는 기왕(旣往)한 과거사(過去事)는 순(順)이 되고, 새로 진향(進向)할 장차(將且)의 미래사(未來事)는 역(逆)이 되나니, 역(易)에「數往者順 知來者逆 是故易逆數也 = 왕(往)을 수(數)하는 자(者)는 순(順)하고 내(來)를 지(知)하는 자(者)는 역(逆)하나니 시고(是故)로 역(易)은 역수(逆數)이라」【註十】하니, 이는 기왕사(旣往事)를 계수(計數)함은 순수(順數)를 쓰고 미래사(未來事)를 전지(前知)함은 역수(逆數)를 쓰는데 역(易)은 미래사(未來事)를 전지(前知)하는 학문(學問)이므로 역수(逆數)를 쓴다 함을 말함이니, 그러므로 구례(舊例)를 준행(遵行)하기는 순(順)하고, 신사물(新事物)을 창조(創造)하기는 어려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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