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용과 시의 (한장경저 역학원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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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용(時用)과 시의(時義)

 

삼시용(三時用)은 정(精)과 기(氣)의 삼극(三極)의 도(道)에 의(依)하여 생(生)한 것이므로, 비록 그 형태(形態)는 상이(相異)하나 각기(各其) 독립(獨立)한 것이 아니오, 서로 착종(錯綜)하여 있으니, 사물(事物)이 규이(睽異)한 때에 또한 함험(陷險)과 건난(蹇難)이 있고, 함험(陷險)한 때에 또한 규이(睽異)와 건난(蹇難)이 있고, 건난(蹇難)한 때에 또한 규이(睽異)와 함험(陷險)이 있는 것이며, 따라서 아무리 혼란(混亂)한 세상(世上)이라 하더라도, 그 속에는 반드시 그 혼란(混亂)을 제(濟)하여 변통(變通)하는 시용(時用)이 포장(包藏)되어 있는 것이니, 고래(古來)로 소위(所謂) 제세(濟世)의 재(才)라 함은 이 포장(包藏)되어 있는 시용(時用)을 탐색(探索)하여 그를 실천(實踐)한 인물(人物)을 말함이다. 그런데 천지(天地)의 조직(組織)은 대대(對待)로 되어 있는지라, 어떠한 시대(時代)가 있으면 그 속에는 그 시대(時代)를 재제(裁制)할 인재(人材)가 생(生)한다고 하나니, 고어(古語)에 「不借人於他代 = 사람을 타대(他代)에 빌지 아니한다」한바, 이는 인재(人材)를 전대(前代)에서나 후대(後代)에서 가져오는 것이 아니오, 반드시 그 시대(時代)의 속에 있는 인재(人材)로서 그 시대(時代)의 생존작용(生存作用)을 완수(完遂)할 수 있음을 말함이오, 아국속어(我國俗語)에 「난리(亂離)가 나면 사람이 난다」함은, 과거(過去) 수천년간(數千年間)의 경험(經驗)으로서 국가(國家)에 대란(大亂)이 있을 때마다 대인재(大人材)가 나타남을 말하니, 난세(亂世)의 인재(人材)도 또한 시용(時用)의 하나이다.

시용(時用)을 찾아서 규이(睽異)․함험(陷險)․건난(蹇難) 등(等)을 변통(變通)하여 생존작용(生存作用)을 완수(完遂)하는 작용(作用)을 「의(義)」라 하나니 역(易)에는 사시(四時)의 변화(變化)를 상(象)하는 예(豫)․구(姤)․둔(遯)․여(旅)의 사괘(四卦)에 「時義大矣哉 = 시(時)의 의(義)가 대(大)하다」【註九】한바, 의(義)는 적의(適宜)히 재제(裁制)하는 뜻이다.

예(豫)는 뇌(雷)가 비로소 분진(奮震)하여 만물(萬物)이 모두 화예(和豫)함이니, 이는 춘(春)의 대시(大始)하는 상(象)이라, 만물(萬物)은 비로소 발동(發動)하여 화예(和豫)치 아니할 수 없으나, 화예(和豫)가 극(極)하면 태타(怠惰)가 생(生)함으로 또한 화예(和豫)할 수도 없으니, 이 가예(可豫), 불가예(不可豫)의 시의(時義)가 대(大)한 것이다. 사회(社會)로써 보면 험난(險難)의 세(世)로부터 비로소 해방(解放)되어 인심(人心)이 모두 화예(和豫)하여 수고족무(手鼓足舞)하고 있으나, 그 화예(和豫)의 속에는 스스로 일태방종(逸怠放縱)의 풍(風)이 양성(釀成)되는 것이니, 이를 경계(警戒)하기 위(爲)하여 엄려(嚴厲)한 정형(政刑)을 행(行)치 아니할 수 없으나, 또한 해방(解放)초기(初期)에 엄려(嚴厲)한 정형(政刑)을 써서 인심(人心)을 위축(萎縮)시키고 음울(陰鬱)케 할 수도 없는 양난(兩難)의 지(地)이다. 역(易)에는 이의 시의(時義)로서 「作樂崇德 = 악(樂)을 작(作)하고 덕(德)을 높인다」【註十】하니 음악(音樂)을 대작(大作)함은 화기(和氣)를 조장(助長)하여 정기(正氣)를 기르고 사심(邪心)을 막음이오, 공덕(功德)을 포숭(褒崇)함은 경건(敬虔)한 마음을 일으켜서 화예(和豫)를 절제(節制)하고 태심(怠心)을 경계(警戒)함이라. 이와 같이 일변(一邊)으로 화예(和豫)하고 일변(一邊)으로 경건(敬虔)하여 인심(人心)이 스스로 진작(振作)되어 일태(逸怠)에 흐르지 아니하게 하는 것이다.

구(姤)는 음(陰)이 양(陽)을 우(遇)하여 만물(萬物)이 모두 광휘(光輝)를 생(生)함이니, 이는 하(夏)의 유형(流形)하는 상(象)이라 만물(萬物)은 그 장성(長成)을 위(爲)하여 음양(陰陽)이 상우(相遇)치 아니할 수 없으나, 음(陰)이 점장(漸長)하면 생장(生長)이 정체(停滯)되는 것이므로 또한 상우(相遇)할 수 도 없으니, 이 가우(可遇) 불가우(不可遇)의 시의(時義)가 대(大)한 것이다. 사회(社會)로써 보면 성극장쇠(盛極將衰)의 시운(時運)을 당(當)하여 폐해(弊害)가 생(生)하기 시작(始作)하는데, 이 추세(趨勢)를 막지 아니할 수도 없고 또한 자연성장(自然成長)의 세(勢)를 막을 수도 없는 양난(兩難)의 지(地)이다. 역(易)에는 이의 시의(時義)로서 「施命誥四方 = 명(命)을 시(施)하여 사방(四方)에 고(誥)한다」【註十一】하니, 이는 명령(命令)을 천하(天下)에 발시(發施)하여 사방(四方)에 주고(周誥)하여 인심(人心)을 진칙(振飭)하고 복재(伏在)한 음기(陰氣)를 취산(吹散)하여 써 음특(陰慝)을 소멸(消滅)하고 적폐(積弊)를 배제(排除)하는 것이다.

둔(遯)은 양(陽)이 둔퇴(遯退)하여 만물(萬物)이 모두 수렴(收斂)을 시작(始作)함이니, 이는 추(秋)의 변화(變化)하는 상(象)이라, 만물(萬物)은 그 성숙(成熟)을 위(爲)하여 양(陽)이 둔퇴(遯退)치 아니할 수 없으나, 양(陽)이 둔퇴(遯退)하면 천지(天地)의 기(氣)가 폐색(閉塞)하고 숙살(肅殺)의 기(氣)가 장래(將來)함으로 또한 둔퇴(遯退)할 수도 없으니, 이 가퇴(可退) 불가퇴(不可退)의 시의(時義)가 대(大)한 것이다. 사회(社會)로써 보면 소인(小人)이 점진(漸進)용사(用事)하여 국사(國事)가 일비(日非)하는데, 현인(賢人)이 퇴장(退藏)치 아니할 수도 없고 또 국사(國事)의 장폐(將廢)함을 목도(目睹)하면서 그를 역구(力救)치 아니하고 홀로 결신퇴피(潔身退避)할 수도 없는 양난(兩難)의 지(地)이다. 역(易)에는 이의 시의(時義)로서 「遠小人 不惡而嚴 = 소인(小人)을 원(遠)히 하되 오(惡)하지 아니하고 엄(嚴)하게 한다」【註十二】하니, 이는 소인(小人)을 멀리함에 오성려색(惡聲厲色)으로써 하면 도리어 그 원분(怨忿)을 이르게 하여 화란(禍亂)을 생(生)하는 것이므로, 오직 위신(威信)을 세우고 몸을 장엄(莊嚴)히 가져서 소인(小人)으로 하여금 외경(畏敬)하여 스스로 소원(疎遠)케 하는 것이다.

여(旅)는 양화(陽和)의 기(氣)가 유여(遊旅)하여 천지(天地)가 동한(凍寒)하고 만물(萬物)이 모두 응결(凝結)함이니, 이는 동(冬)의 대화(大和)하는 상(象)이라, 만물(萬物)은 그의 응결(凝結)을 위(爲)하여 양화(陽和)의 기(氣)가 유여(遊旅)치 아니할 수 없으나, 내부(內部)에 양화(陽和)의 기(氣)를 보합(保合)치 아니하면 신생명(新生命)을 호양(護養)치 못함으로 또한 유여(遊旅)할 수도 없으니, 이 가여(可旅) 불가여(不可旅)의 시의(時義)가 대(大)한 것이다. 사회(社會)로써 보면 형(刑)은 지냉(至冷)의 정(政)이오, 옥(獄)은 지음(至陰)의 지(地)이니, 음냉(陰冷)은 양화(陽和)의 기(氣)를 상(傷)하는 것이라, 사회(社會)의 질서(秩序)유지(維持)를 위(爲)하여 절옥(折獄)치형(致刑)하던 선왕시대(先王時代)의 형옥(刑獄)을 쓰지 아니할 수도 없고, 또 양화(陽和)의 기(氣)를 보합(保合)하기 위(爲)하여 이를 변통(變通)치 아니할 수도 없는 양난(兩難)의 지(地)이다. 역(易)에는 이의 시의(時義)로써 「明愼用刑而不留獄 = 형(刑)을 용(用)함을 명(明)히하고 신(愼)하며, 옥(獄)을 유(留)치 아니한다」【註十三】하니, 이는 형벌(刑罰)을 씀에 명찰(明察)하여 원죄(冤罪)가 없게하고, 옥사(獄事)를 민속(敏速)히 처결(處決)하여 엄구체유(淹久滯留)하는 일이 없게 하여 써 사회(社會)의 양화(陽和)생발(生發)의 기(氣)를 보합(保合)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시의(時義)라함은 구사(舊事)가 퇴거(退去)하려하고, 신사(新事)가 장래(將來)하려하는 때에 그 진퇴양난(進退兩難)한 사업(事業)을 적의(適宜)히 재제(裁制)하는 것이므로 그 의(義)가 극(極)히 대(大)하다고 한 것이다. 그러므로 시용(時用)이라함은 그 시(時)의 속에 그를 제(濟)하는 용(用)이 있다 하는 이론(理論)을 말함이오, 시의(時義)라함은 시용(時用)을 찾아서 그 시(時)를 제(濟)하는 실천(實踐)을 말함이니, 예(豫)는 양(陽)의 생장(生長)이, 과도(過度)함을 재제(裁制)함이오, 구(姤), 둔(遯), 여(旅)는 음(陰)의 수장(收藏)이, 과도(過度)함을 재제(裁制)함이다.

註一. 說卦傳 第五章

註二. 睽卦彖傳

註三. 睽卦大象傳

註四. 坎卦彖傳

註五. 坎卦大象傳

註六. 序卦傳上篇

註七. 蹇卦彖傳

註八. 蹇卦大象傳

註九. 豫卦彖傳에 「豫之時義大矣哉」

姤卦彖傳에「姤之時義大矣哉」

遯卦彖傳에「遯之時義大矣哉」

旅卦彖傳에「旅之時義大矣哉」

註十. 豫卦大象傳

註十一. 姤卦大象傳

註十二. 遯卦大象傳

註十三. 旅卦大象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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