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론과의 관계 (한장경저 역학원론)

|

 

‣진화론(進化論)과의 관계(關係)

 

지금에 소위(所謂) 진화론(進化論)이 있어 최초(最初)에 어느 단세포(單細胞)가 진화(進化)하여 초목(草木) 조수(鳥獸) 등(等)으로부터 원류(猿類) 인류(人類)에 이르기까지 진화(進化)한 것이라고 하는데, 역리(易理)로써 보면 만물(萬物)의 종자(種子)는 항구(恒久)한 체(體)오 생장(生長)․노사(老死)․유전(遺傳)․변이(變異) 등(等)은 변화(變化)하는 용(用)이라, 그 용(用)이 비록 천태만상(千態萬象)의 변화(變化)를 생(生)하더라도, 그 항구성(恒久性)을 띠고 있는 종자(種子)의 체(體)는 변(變)치 아니하나니, 그러므로 충어(虫魚)의 종자(種子)는 그 용(用)이 아무리 변화(變化)하더라도 그 체(體)는 역시(亦是) 충어(虫魚)의 종자(種子)로서 조수(鳥獸)로 진화(進化)할 수 없고, 원종(猿種)의 변화(變化)가 아무리 경이적(驚異的)이라 하더라도 그 체(體)는 종시(終是) 원종(猿種)에 불과(不過)하여 그것이 인류(人類)의 종자(種子)는 되지 못하는 것이다. 역(易)에는 대지(大地)가 처음으로 물(物)을 생(生)하던 때를 「천조초매(天造草昧)」【註四】라 하는데, 천(天)의 기(氣)의 속에는 처음부터 만물(萬物)의 종자(種子)가 함유(含有)되어 있어, 이것이 대지(大地)에 의착(依着)하여 생장(生長)한 것이니, 마치 동식물(動植物)의 종자(種子)는 반드시 양성(陽性)의 체중(體中)에 장재(藏在)함과 같음이오, 양성(陽性)인 천(天)의 기(氣)는 만물(萬物)을 자시(資始)하는 기능(機能)을 가지고 있어 종자(種子)를 발시(發施)하고, 음성(陰性)인 지(地)의 정(精)은 만물(萬物)을 자생(資生)하는 기능(機能)을 가지고 있어 양성(陽性)으로부터 종자(種子)를 승수(承受)하나니. 마치 동식물(動植物)의 양성(陽性)은 정자(精子)를 발시(發施)하고 음성(陰性)은 양정(陽精)을 승수태육(承受胎育)함과 같으니, 역(易)에 천(天)과 양(陽)의 작용(作用)을 건(乾)이라 하고 지(地)와 음(陰)의 작용(作用)을 곤(坤)이라 하여「大哉乾元 萬物資始 至哉坤元 萬物資生 = 대(大)하다 건원(乾元)이여 만물(萬物)이 자(資)하여 시(始)하고, 지(至)하다 곤원(坤元)이여 만물(萬物)이 자(資)하여 생(生)한다」【註五】하고, 또 「乾知大始 坤作成物 = 건(乾)은 지(知)하여 대시(大始)하고 곤(坤)은 작(作)하여 물(物)을 성(成)한다」【註六】하니, 원(元)이라 함은 물(物)의 시초(始初)하는 단(端)이라, 이는 모두 양성(陽性)은 물(物)을 처음으로 시(始)하고, 음성(陰性)은 처음으로 작성(作成)하여 생(生)함을 말함이다. 천조초매기(天造草昧期)에는 뇌우(雷雨)의 동(動)이 만영(滿盈)하여 이 대지(大地)는 전(全)혀 뇌우중(雷雨中)에 포재(包在)되어 있으므로 능(能)히 그 승수(承受)한 종자(種子)를 태육(胎育)하니, 이 뇌우만영(雷雨滿盈)한 대지(大地)의 환경(環境)이 곧 만물(萬物)의 종자(種子)를 태육(胎育)한 요건(要件)이며, 마치 동식물(動植物)의 종자(種子)는 반드시 체액중(體液中)에서 생육(生育)함과 같으니, 역(易)에「屯者盈也 屯者物之始生也 = 둔(屯)이라 함은 영(盈)함이니 둔(屯)은 물(物)의 시생(始生)함이라」【註七】한바, 둔(屯)은 물(物)의 시생(始生)함을 상(象)한 괘명(卦名)으로서 천지간(天地間)에 만물(萬物)이 만영(滿盈)하는 뜻을 말함이오, 또「屯雷雨之動滿盈 天造草昧 = 둔(屯)은 뇌우(雷雨)의 동(動)함이 만영(滿盈)함이니 천조초매(天造草昧)라」【註八】하니, 이는 대지(大地)가 물(物)을 시생(始生)하는 초기(初期)에 뇌우(雷雨)가 천지간(天地間)에 만영(滿盈)하고 천운(天運)이 초창(草創)하여 잡란명매(雜亂冥昧)함을 말함이다. 그러므로 만물(萬物)은 천지초매기(天地草昧期)에 어느 일물(一物)이나 또는 어느 일종류(一種類)가 먼저 발생(發生)하고 그것이 진화(進化)하여 분기성형(分岐成形)된 것이 아니오, 마치 천지간(天地間)에 수다(數多)한 원소(元素)가 각기(各其) 독자(獨自)한 체(體)를 가지고 존재(存在)함과 같이, 만물(萬物)의 종자(種子)도 처음부터 각기독자(各其獨自)한 체(體)를 가지고, 천(天)의 기(氣)의 속에 함재(含在)하면서 천지이기(天地二氣)의 상교(相交)에 의(依)하여 그 본형(本形)대로 발육(發育)한 것이니, 원소(元素)가 항구(恒久)한 체(體)임과 같이 종자(種子)도 또한 항구(恒久)한 체(體)이다.

더욱이 음양대대(陰陽對待)의 이(理)로써 보건대, 원소(元素)를 존존(存存)하는 체(體)라고 하면 종자(種子)는 생생(生生)하는 용(用)이라. 원소(元素)가 어느 일물(一物)이 진화(進化)하여 다종다류(多種多類)로 분기(分岐)된 것이 아님으로, 종자(種子)도 또한 원소(元素)와 대대(對待)하여 처음부터 각종각류(各種各類)가 분립(分立)되어 있는 것이다. 다만 이 천지간(天地間)에는 항구(恒久)와 변화(變化)가 양존(兩存)하여, 만물(萬物)은 이 항구(恒久)의 정(情)에 의(依)하여 항구(恒久)하면서 변화(變化)하고 변화(變化)하면서 항구(恒久)하여, 영원(永遠)히 기성(旣成)한 형태(形態)와 세력(勢力)을 유지(維持)하려 하는 관성(慣性)이 있는 동시(同時)에 또한 시(時)와 환경(環境)의 변화(變化)에 적의(適宜)히 적응(適應)하여 일신(日新)하려 하는 적응성(適應性)이 있으니, 관성(慣性)은 항구(恒久)한 체(體)이오, 적응성(適應性)은 변화(變化)하는 용(用)이라, 이 관성(慣性)과 적응성(適應性)의 교호작용(交互作用)이 곧 물(物)의 항구(恒久)하는 소이(所以)이다. 만물(萬物)의 종자(種子)도 체용(體用)의 양면(兩面)을 가지고 있어 관성(慣性)과 적응성(適應性)이 교호(交互)로 작용(作用)하고 있으므로 또한 항구(恒久)한 체(體)와 변화(變化)하는 용(用)이 있으니 예(例)컨대 사람에는 황인종(黃人種)․백인종(白人種) 등(等)의 구별(區別)이 있고 또 황인종중(黃人種中)에도 몽고족(蒙古族)․한족(漢族) 등(等)이 있고 백인종중(白人種中)에도 여러 민족(民族)이 있는데, 사람은 항구(恒久)한 체(體)이오, 여러 종족(種族)은 변화(變化)하는 용(用)이다. 그러므로 사람이 아무리 진화(進化)하고 변화(變化)하더라도 그 항구(恒久)한 체(體)는 변(變)치 아니하여 인류(人類)의 범위(範圍)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니, 이것이 세계인류(世界人類)는 종족(種族)을 초월(超越)하여 공통(共通)한 생활(生活)을 영위(營爲)하면서 함께 영원(永遠)히 생생존존(生生存存)할 수 있는 기초조건(基礎條件)이다.

지금에 민족(民族)이라는 것이 있는데 민족(民族)과 세계인류(世界人類)와의 관계(關係)는 개체(個體)와 통체(統體)와의 관계(關係)와 같은 것으로서, 민족(民族)은 체(體)이오, 세계인류(世界人類)는 용(用)이다. 그러나 역리(易理)로써 보면 족(族)이라 함은 다만 동류(同類)가 취합(聚合)함에 불과(不過)하여 통일(統一)이라는 뜻이 없으므로 민족(民族)도 또한 통체(統體)를 이룬 것이 아니오, 그것이 국가(國家)를 형성(形成)하는 때에 비로소 자력(自力)으로 생존(生存)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세계인류(世界人類)와의 사이에 대대작용(對待作用)을 행(行)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민족(民族)은 국가(國家)를 가진 연후(然後)에 항구(恒久)한 체(體)가 되는 것이다.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