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대의 균등 (한장경저 역학원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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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대(對待)의 균등(均等)

 

체(體)와 용(用)은 일물(一物)의 양면작용(兩面作用)이므로 교호(交互)로 작용(作用)하여 체(體)가 용(用)에 작용(作用)하는 동시(同時)에 용(用)이 또한 체(體)에 작용(作用)하며, 그 기능(機能)은 서로 균등(均等)하여 우열(優劣)․강약(强弱) 등(等) 차등(差等)이 없으니, 마치 이심력(離心力)과 향심력(向心力), 작용(作用)과 반작용(反作用)이 그 역량(力量)이 상등(相等)함과 같음이다. 만일 양자(兩者)에 우열(優劣)․강약(强弱)의 차등(差等)이 있다고 하면 혹(或) 체(體)가 우강(優强)하고 용(用)이 열약(劣弱)한 때에 체(體)는 용(用)에 작용(作用)할 수가 있으되 용(用)은 체(體)에 작용(作用)치 못하며, 또 혹(或) 용(用)이 우강(優强)하고 체(體)가 열약(劣弱)한 때에 용(用)은 체(體)에 작용(作用)할 수가 있으되 체(體)는 용(用)에 작용(作用)치 못하여 대대(對待)의 교호작용(交互作用)이 행(行)치 못하나니, 교호작용(交互作用)이 행(行)치 못하면 그 운동과정(運動過程)에 스스로 편승편패(偏勝偏敗)가 생(生)하여 운동(運動)이 지식(止息)되는 것이다. 물(物)의 소장과정(消長過程)에는 어느 일편(一便)이 현저(顯著)히 우강(優强)하고 다른 일편(一便)이 현저(顯著)히 열약(劣弱)한 현상(現象)이 나타나지 아니함은 아니나, 그것은 편승편패(偏勝偏敗)가 아니오 한서(寒暑)․주야(晝夜)가 서로 대사(代謝)함과 같이 일왕일래(一往一來)․일진일퇴(一進一退)하는 소장운동(消長運動)이다.

원래(元來) 체(體)는 조직(組織)이니 조직(組織)은 지세(地勢)를 상(象)하여 돈후(敦厚)하여야 하나니, 역(易)에「坤厚載物 = 곤(坤)은 후(厚)하여 물(物)을 재(載)한다」【註四】함은 이를 말함이오, 용(用)은 운행(運行)이니 운행(運行)은 천행(天行)을 상(象)하여 강건(强健)하여야 하나니, 역(易)에「天行健 = 천행(天行)이 건(健)하다」【註五】함은 이를 말함이다. 조직(組織)이 돈후(敦厚)치 못하면 흠결(欠缺)하기 쉽고, 운행(運行)이 강건(强健)치 못하면 체색(滯塞)하기 쉬우니 흠결(欠缺)과 체색(滯塞)은 모두 생존작용(生存作用)의 병적현상(病的現象)으로서 반드시 편승편패(偏勝偏敗)의 폐(弊)를 생(生)하는 것이다. 체용(體用)의 편승편패(偏勝偏敗)에 대(對)하여 역(易)에는「소과(小過)」와「대과(大過)」로써 상(象)하니 역리(易理)에 음(陰)은 수렴작용(收斂作用)이 있으므로 소(小)라 하고 양(陽)은 발현작용(發顯作用)이 있으므로 대(大)라 하는지라, 소과(小過)라 함은 음(陰)이 과성(過盛)함이니, 체(體)가 과중(過重)하고 용(用)이 부족(不足)하여 약동(躍動)하는 힘이 강건(强健)치 못함으로 상(上)에 등상(騰上)치 못하고 하(下)에 추하(墜下)하는 상(象)이 되는 것이니, 역(易)에「上逆而下順 = 상(上)하면 역(逆)하고 하(下)하면 순(順)한다」【註六】함은 이를 말함이며, 상역하순(上逆下順)은 체승용패(體勝用敗)라, 모든 사물(事物)이 질량(質量)이 태중(太重)하고 활동력(活動力)이 약(弱)하여 주류방행(周流旁行)치 못함은 소과(小過)의 상(象)이 되는 것이오, 대과(大過)라 함은 양(陽)이 과성(過盛)함이니 용(用)이 과대(過大)하고 체(體)가 부족(不足)하여 지탱(支撑)하는 토대(土臺)가 돈후(敦厚)치 못함으로 요동(搖動)하여 전도(顚倒)하는 상(象)이 되는 것이니, 역(易)에「棟撓 本末弱也 = 동(棟)이 요(撓)함은 본말(本末)이 약(弱)함이라」【註七】함은 이를 말함이며 동요본말약(棟撓本末弱)은 용승체패(用勝體敗)라, 모든 사물(事物)이 기초(基礎)가 박약(薄弱)하고 상층구조(上層構造)가 과대(過大)하여 전복(顚覆)의 환(患)이 있음은 대과(大過)의 상(象)이 되는 것이니 소과(小過)와 대과(大過)는 모두 체용(體用)이 균등(均等)치 못하여 운동(運動)이 행(行)치 못하는 것이다. 한의학(漢醫學)에 편승편절(偏勝偏絶)의 이(理)가 있으니 어떤 병(病)에 대(對)하여 단약(單弱)을 복용(服用)하는 때에 병(病)이 제거(除去)되면 곧 중지(中止)하여야 하고, 만일 계속장복(繼續長服)하면 그 약(藥)이 작용(作用)하고 있는 장부(臟腑)는 강(强)하여지나, 그와 대대(對待)되는 장부(臟腑)는 도리어 약(弱)하여져서 마침내 절기(節氣)하기에 이르나니, 이를 장절(臟絶)이라 한다. 그러므로 아무리 감초(甘草)와 같은 중화성(中和性)의 약(藥)이라 하더라도 그것을 단약(單藥)으로 장복(長服)치 아니하며, 약(藥)의 조제(調劑)에는 반드시 음성(陰性)과 양성(陽性)을 배합(配合)하는 것이다. 또 수화호택(水火互宅)의 이(理)가 있으니 이는 역학(易學)의 대대호근(對待互根)의 이(理)에 의(依)한 것이다. 수(水)는 화(火)의 고무(鼓舞)에 의(依)하여 유행(流行)하고, 화(火)는 수(水)에 의착(依着)하여 존재(存在)하나니, 수화(水火)는 곧 혈(血)과 기(氣), 냉(冷)과 열(熱) 등(等)이라, 그러므로 기약(氣藥)을 쓸 때에도 반드시 혈약(血藥)을 가(加)하고 혈약(血藥)을 쓸때에도 반드시 기약(氣藥)을 가(加)하며, 냉열(冷熱)의 약(藥)에도 또한 중화제(中和劑)를 가(加)하는 것이오, 다만 그 분량(分量)에 있어서 주종좌사(主從佐使)의 구별(區別)이 있을 뿐이니, 이것이 모두 편승편절(偏勝偏絶)의 해(害)를 막기 위(爲)함이다.

공자(孔子)의 문질론(文質論)에「質勝文則野 文勝質則史 文質彬彬然後君子 = 질(質)이 문(文)을 승(勝)한즉 야(野)이오, 문(文)이 질(質)을 승(勝)한즉 사(史)이오 문질(文質)이 빈빈(彬彬)한 연후(然後)에 군자(君子)이라」【註八】하니, 질(質)은 체(體)이오 문(文)은 용(用)이라 야(野)는 체승용패(體勝用敗)의 상(象)이오 사(史)는 용승체패(用勝體敗)의 상(象)이오, 군자(君子)는 문(文)과 질(質)이 잡채(雜彩)하여 체용(體用)이 균등(均等)한 상(象)이다. 또 공자(孔子)의 학문론(學問論)에「學而不思則罔 思而不學則殆 = 학(學)하고 사(思)치 아니한즉 망(罔)하고 사(思)하고 학(學)치 아니한즉 태(殆)하다」【註九】하니, 사(師)로부터 학습(學習)함은 체(體)가 되고, 이미 학습(學習)한 것을 기초(基礎)로 하여 스스로 사색(思索)함은 용(用)이 되는지라, 학습(學習)만하고 사색(思索)치 아니하면 체승용패(體勝用敗)함으로 혼암(昏暗)하여 각득(覺得)함이 없고, 사색(思索)만 하고 학습(學習)치 아니하면 용승체패(用勝體敗)함으로 학문(學問)의 기초(基礎)가 박약(薄弱)하여 안정(安定)치 못한 것이다. 사람이 마음은 성실(誠實)하나 재능(才能)이 부족(不足)하여 작사(作事)가 민첩(敏捷)치 못함은, 체승용패(體勝用敗)의 상(象)이오, 역(易)에「德薄而位尊 知小而謀大 力少而任重 鮮不及矣 = 덕(德)이 박(薄)하되 위(位)가 존(尊)하고 지(知)가 소(小)하되 모(謀)가 대(大)하고 역(力)이 소(少)하되 임(任)이 중(重)하면 화(禍)에 급(及)치 아니함이 적다」【註十】함은, 그 실력(實力)이 책임(責任)을 감승(堪勝)치 못하여 용승체패(用勝體敗)하는 상(象)이다.

사람의 성격(性格)에는 냉정(冷靜)과 열렬(熱烈)이 있는데, 냉정(冷靜)은 체(體)이오 열렬(熱烈)은 용(用)이라, 냉정(冷靜)한 체(體)는 열렬(熱烈)로써 용(用)을 삼은 연후(然後)에 진취(進取)의 기(氣)와 추행(推行)하는 힘이 있어 능(能)히 전도(前途)의 험난(險難)을 개척(開拓)하는 것이오, 열렬(熱烈)한 용(用)은 냉정(冷靜)으로써 체(體)를 삼은 연후(然後)에 냉정(冷靜)한 자기비판(自己批判)과 반성(反省)이 있어 진퇴(進退)함이 그 정도(正道)를 잃지 아니하는 것이다. 또 사람의 사상(思想)에는 현실(現實)을 주(主)하는 자(者)와 이상(理想)을 주(主)하는 자(者)가 있는데, 현실(現實)은 체(體)이오 이상(理想)은 용(用)이라, 사람이 현실(現實)에 만족(滿足)하여 더 향상(向上)할 이상(理想)을 가지지 못하면, 혹(或)은 인순고식(因循姑息)하고 혹(或)은 안일(安逸)을 탐(貪)하여 아무 진취(進就)가 없는 것이니, 이는 체승용패(體勝用敗)함이오, 또 이상(理想)의 추구(追求)에 급급(汲汲)하여 현실사회(現實社會)가 착종(錯綜)한 전통(傳統)과 무한(無限)한 관련(關聯)의 환경(環境)속에 있음을 알지 못하면, 혹(或)은 공상(空想)에 흐르고 혹(或)은 모험돌진(冒險突進)하다가 패사(敗事)하는 일이 적지 아니하니, 이는 용승체패(用勝體敗)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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